2010년 11월 20일에는 팀포퐁의 킥오프(kickoff) 미팅이 있었습니다.
다음은 팀포퐁의 jooddang 님이 킥오프 미팅 직전인 2010년 11월 16일에 던진 “출사표”입니다.

저는 2000년에 서울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였고, 2002년에 카이스트로 진학하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공학도로서는 가장 좋은 교육 환경에서 존경스러운 선생님들과 뛰어난 학우들과 함께 내가 원하는 만큼 배우고 연구 해올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저의 개인적 재능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과 사회적인 관심에서 오는 후원으로 인한 혜택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나와 같은 혜택을 누리고 있지 못함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저는 대한민국 사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느꼈고, 이 사랑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고등학교 모교 현판에 써 있던, “Seoul Science High School for Gifted Students”에서 gifted의 의미가 ‘재능이 있는’을 넘어, 정말 ‘선물’을 받은 학생임을 의미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속한 세대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우리 20대들은 기성세대로부터 ‘88만원 세대’라고 낙인 찍힌, 불행한 자화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20대들이 기회를 가질 수 없고 탐스러운 열매는 기성세대들이 모두 차지하여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앞에 그저 힘없는 피해자로서 있는 것입니다. 물론, 유능한 소수는 그 안에서도 지혜롭게 바늘구멍 같은 기회를 찾아 경제적인 부요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는 강제적 소외를 당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반박과 반발의 움직임보다는 암묵적 동의와 좌절이 더 큰 무게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난 7~80년대의 20대 청년들을 떠올려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구조적 모순에 순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에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었고, 그 댓가를 치루며 원하는 바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저는 공학도로서 공학도들에게 불만이 있습니다. 우리 공학도들은 기실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산업의 첨병이며, 소위 ‘밥줄’입니다. 우리가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큽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 가지는 자화상은 너무나도 자존감이 낮습니다. 공학도라는 말보다는 공돌이라는 자조적 웃음이 섞여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더 익숙합니다. 한 명의 S/W 엔지니어로서 제가 보는 현실은, 소위 ‘개발자’들의 인권이 많은 회사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불평만 하고 한탄만 할 뿐, 어떻게든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보려는 현실적인 노력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디씨인사이드 등에서 창의적인 짤방과 함께 공감대 형성을 일으키는 글을 올리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밖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까? 아니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대는 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당당히 우리의 권리를 요구할 책임이 있습니다. 더 이상 부모님의 언성에 기죽고 있거나, 그분들의 의견에 생각없이 따르기에 우리는 어리지 않습니다. 간간히 알게 모르게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시도들이 있어왔고, 저도 그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공학도 여러분, 특히 S/W 엔지니어 여러분, 저는 우리가 가진 기술의 힘으로 이 사회를 바꾸기에 충분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공학도들의 로망이 담긴 아름다운 영화, ‘아이언맨’을 다들 보셨겠지요? 저는 술과 담배에 찌들고, 담배터에서 edps를 일삼으며, 매일 야근하면서 직장상사나 클라이언트 뒷담화를 하고, 오르지 않는 연봉에 한숨 짓는 현실적인 모습에 더해, 아이언맨과 같은 영웅적인 면모가 우리의 올바른 자화상이라고 믿습니다. 토니 스타크는 영웅이기 이전에, 공학도이자 오타쿠이자 geek의 결정체 였습니다. 그러한 그가 사회적 모순을 알게 되고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을 때, 그는 비로소 영웅, ‘아이언맨’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문제 의식, 그것이 바로 우리를 영웅으로 상태 변화를 일으킬 운동 에너지인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정치가 바뀌어야 정책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우리들의 문제가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그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그것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치의 주춧돌입니다. 저는 이 기본을 탄탄하게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여의도와 청와대로 대변되는 정치도 일종의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공공 서비스이지요. 우리는 이 서비스를 세금을 주고 삽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공공 서비스를 살 때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까? 예컨대, 우리는 아이폰을 살지 갤스를 살지 고민의 기로에 설 때 정말 박터지게 고민합니다. 어떤 노트북을 살지 고민할 때도 적어도 5개 이상의 모델들을 비교하면서 따져보고, 10개 이상의 리뷰를 정독하며 합리적인 최선의 구매를 하고자 노력하죠. 그런데 우리는 우리 일상에 가장 영향력을 많이 미치고 ‘돈도 많이 먹는’ 공공 서비스를 살 때 어떻게 합니까? 과연 당신 손으로 그 서비스를 투표를 통해 직접 구매를 하시기는 합니까? 상품들의 리뷰를 열심히 읽어보기는 하시나요? 이게 신상인지, 불량품은 아닌지 제대로 알아보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공공서비스를 대충 구매하는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저는 가장 중요한 (혹은 변화 가능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번째는 상품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찾기 힘들거나, 혹은 찾아보기 귀찮다는 것, 두번째는 그런 구매 행위 자체가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공감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았습니다. 공공서비스 구매 시에 상품에 대한 정보를 보다 알기 쉽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 그리고 이 구매 행위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는 시즌에 맞춰서 이 상품들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그중에 경쟁력있는 제품이 무엇이고, 불량품은 무엇인지 지혜롭게 판단하도록 도와드리고자 합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최대한 사실만을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판단은 (좀 거창하지만) 국민 여러분들께 맡기고자 합니다. 보다 나은 공공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저는 20대로서, 그리고 공학도로서, 기성 정치인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 사회에서 받은 사랑으로 인해 얻은 지식과 기술로 이 사회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영 관심이 없다면 어쩔수 없구요. :p)

제가 구상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예비 ‘을’들에 대한 신뢰성과 능력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현명하게 bidding에 붙이기 위해 대한민국의 ‘갑’들에게 제공되는 정보 공유 소셜 플랫폼입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공공 서비스 구매자 여러분들께서는 국민의 알 권리에 의해 국가로부터 제공되는 정보들을 보다 알기 쉬운 형태로 전달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갑’들과 함께 어느 후보자를 ‘을’로 선정할지 논의할 수 있겠죠.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최신의 데이터 처리 기술을 사용하고, 유저 친화적인 서비스 프레임워크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선거 문화가 선진화 되기를 바랍니다. 그 방향은, 그저 후보자들의 얼굴을 보고 적당히 당보고 투표하는 그런 선거에서 각 후보들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 정책의 공정성, 시의성, 현실성을 보고 투표하는 ‘정책선거’로의 진화입니다. 제가 이 서비스를 플랫폼이라 칭하는 이유는, 이 서비스가 가진 정보를 가능한한 공개함으로써 다른 서비스들을 파생시키고 정치에 대한 올바른 담론을 담아내는 중추적 역할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일어날 변화의 가능성은 작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것이 20대인 제가 이 사회에 요구하는 바이며, 공학도로서 기술로써 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그럼 이걸 저 혼자 할까요?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 없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 주변에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최고의 동료들이죠. 소셜디자이너 원순씨가 그랬습니다. “함께 그리는 미래가 힘이 세고, 아름답다”고요. 이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선물 중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이 바로 제 옆에 있는 세계 최고급 동료들입니다. 특히 카이스트에는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이 시대에 가장 hip한 회사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을 만한 친구들이 득실댑니다. 단지 한국에서 태어났고, 대전에서 공부를 했기에 저한테 덜미를 붙잡힌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일을 하면서, 혹은 다른 인연으로 만나게 되어 뜻을 함께 하게 된 친구들이 있습니다. 뚜렷한 목표 의식과 실천력이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들 또한, 저와 같은 생각으로, 이 사회로부터 받은 것들을 우리가 익힌 재능으로 다시 갚을 수 있는 길이 없을까 항상 고민하는 친구들입니다. 함께 꾸는 꿈이라 행복합니다.

애플의 CEO 잡스 옹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사람입니다만, 그가 놀라운 일들을 해냈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내고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가 행한 많은 업적 가운데 단연 최고는, 7:3이라는 황금 비율을 탄생시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음악인들이 애플의 아이튠즈라는 시스템에 본인의 음악을 퍼블리싱할 수 있게 하면서 그 수익의 7을 가져가게 하고, 애플은 3을 취한다는 공식입니다. 이로 인해 음반업계에서 거대 음반사들에게 집중되어있던 이권과 권력을 갈기갈기 조각내서 수많은 개미 음악인들에게 돌려주었다는 평을 얻었습니다. 다수의 약자들을 배려하는 새로운 에코 시스템의 형성인 것이죠. 이후에 음악뿐만 아니라 많은 컨텐츠들이 7:3 비율로 수익이 분배되며 수많은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잃어버렸던 권리가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와 비슷한 시도를 대한민국 사회에서 해보려고 합니다. 소수의 정치인과 그 이해관계자에게 몰려있던 권력을 갈기갈기 찢어서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죠.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이게 사실 당연한 일인데, 이제까지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어 정상이 오히려 비정상처럼 보이게 되었었죠. 이제 그것을 살짝 뒤집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공공서비스 제공자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정확한 판단을 하게 도움으로써 이 일을 해보고자 합니다. 2012년에 여러분에게 보일 서비스는 이러한 시도의 첫 발자국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상상력들이 선보이게 되겠죠. 우리는 이 변화를 일으키기에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브로드밴드가 깔리고 무선망이 설치되었습니다. PC통신이 진화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기는 웹이 되었습니다. 이 인프라 위에서 약간의 아이디어와 결단력으로 99도씨를 100도씨로 올릴 수 있습니다. 자, 대한민국의 꿈많은 20대 여러분, 무대는 준비되었습니다. 우리가 변화하면 기성세대들도 정신차리고 바뀔 것입니다. 젊은 우리들이 정책선거를 하면서 어른들에게 우리를 보고 배우라고 당당히 말합시다. 대한민국의 토니 스타크 여러분, 다함께 손을 잡고 저 높이 비상해봅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슈퍼 히어로들입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 합시다. 기네스 펠트로는 덤으로 올 것입니다. ㅋㅋ

2010.11.16. 4:07am

주은광